공자도 비슷한 말을 한 적이 있다. 하지만 비슷해 보이기만 할 뿐 그 뜻은 매우 다르다. 소크라테스는 진리에 도달하기 위한 지적으로 개방적인 태도 계속하는 것을 말한 것이다. 반면에 공자의 말은 전통적으로 2가지로 해석되는데,
1. 수양론적 해석 : 부족한 부분을 지나치지 않고 채워야 성인에 이른다는 해석이다. 부족한 지점을 알아야 그것을 채워서 완전한 경지에 이를 텐데, 이를 모르니 시간과 노력을 낭비한다는 것이다. 비유하자면 전 과목을 만점을 목표로 하는 학생이 자신이 어느 과목이 약한지 모르는 것과 같다. 반면 소크라테스는 학자로서의 기본자세를 말한 것에 가깝다.
2. 순자의 해석 : 잘난척하지 말고 조심하라는 해석이다. 자로에게 공자가 조언하는 맥락에서 나온 것이라는 점에 주목한 해석이다. 자로는 용맹하지만 조심성이 없는 사람이었다. 때문에 하찮은 재주로 자랑해서 남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지 말라는 의미로 말했다는 것이다. 순자는 개인의 능력은 공동체를 위해서 필요할 때 나서야 의미 있는 것으로 본다.
위와 같이 공자와 소크라테스는 매우 다른 사유와 접근법을 사용 했던 인문들이기 때문에 둘을 연결 짓는 것은 무리가 있다. 참고로 너 자신을 알라라는 말은 델포이의 아폴론 신전 입구에 새겨져 있는 말이기도 하지만, 소크라테스가 살아생전 중요하게 여긴 말이라고 알려져 있다. 청년 알키비아데스와 소크라테스의 대화에서 소크라테스가 이 말을 인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소크라테스는 직접적으로 이 말을 남긴 적이 없다. "악법도 법이다."라는 말은 일본의 법철학자 오다카 도모오가 1930년대에 출판한 그의 책, <법철학>에서 실정법주의를 주장하며 쓴 글이다. 실정법주의란 서양의 철학에서 실증주의 맥락에서 나온 것인데, 좋은 법 나쁜 법을 따지는 것은 법률가의 영역이 아니고, 오로지 지금 존재하는 법들을 놓고서 법학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일종의 법학의 과학화를 추구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빠르게 와전되어서 법은 존재하기 때문에 지켜져야 한다는 의견으로 나가면서 일본의 잔혹한 식민통치를 합리화하는데 이용되었다. 뿐만 아니라 독일의 나치, 대한민국의 군부독재에서도 그 통치를 합리화하고, 국민들에게 재갈을 물리기 위한 명언으로 요긴하게 써먹었다. 이 때문에 당시 민주화 운동을 한다며 나선 자들 사이에선 소크라테스가 인기가 없었다는 우스갯소리도 했다. 헌법재판소는 2005년 11월에, '악법도 법이다'를 소크라테스의 어록으로서 학교에서 가르치는 것은 부적격하다는 의견을 냈다. 실정법주의는 2차 세계대전의 종전과 함께 법학계에서는 사장당했고, 법실증주의조차 절름발이 설명력을 가졌다고 보아 뜯어고쳐서 써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설이다. 소크라테스는 직접적으로 위와 같은 말을 남긴 적이 없다. 다만 "폴리스의 결정을 내가 억울하다고 해서 위배하여 이러한 일들이 반복된다면 폴리스가 유지되겠는가? 이러한 행동은 옳은가?"와 같은 뉘앙스의 말을 한 적이 있다. 하지만 단답적으로 해석하는 것은 무지한 해석이다. '악법도 법이다'라는 말을 하면서 독배를 든 것으로 잘못 알려져 있으나, 상술했듯 소크라테스는 <대화편>에서 이러한 말을 한 적이 없다. 사실 이 말은 고대 로마의 법률 격언 "두라 렉스, 세드 렉스"를 번역한 말이다. 로마의 도미티우스 울피아누스가 말했다고 알려져 있지만 그 역시 자기 책에 저 격언을 인용했을 뿐이다. 소크라테스는 자신의 죄목인 불경죄를 악법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으며 자신의 죽음을 부당한 법이 아니라 부동한 판결로 생각하였다. 그래서 <크리톤>에서 친구 크리톤이 탈옥을 권유했을 때, 소크라테스는 법에 의한 판결을 개개인의 판단으로 부정하려고 해서는 안된다는 취지의 반론을 한다. 이에 대해서, 그가 계약론적 사고를 가졌다는 해석도 있다. 소크라테스가 크리톤에게 한 말을 보면, 아테네와 아테네의 법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면, 얼마든지 다른 폴리스로 떠난 자유가 있었는데도, 평생 아테네를 떠나지 않고 아테네가 제공하는 다양한 혜택을 누리며 살았다면, 이는 아테네의 법률을 지키겠다는 무언의 약속을 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주장이다. 그래서 소크라테스가 탈옥을 한다면, 그 계약을 어기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소크라테스가 외국으로 피하길 원했다면, 애초에 재판정에서 순순히 추방형을 제안했다면 충분히 받아들여졌을 텐데, 이제 와서 판결에 불복해 해외로 도피하겠다는 건 모순이라는 것도 소크라테스 스스로 지적한다. 이 계약론적 사고에 대해서 부가적인 설명을 하자면, 소크라테스는 정의를 강하게 신봉하는데, 결국 이 때문에 스스로 죽음을 택하였다고 볼 수도 있다. 압축적으로 보면, 소크라테스가 죽음을 택한 이유는 그 자신의 철학 때문인데, 그는 철학이 유일한 인생의 이유라고 보기도 하기 때문이다. 'Unexamined life a man is not worth living.'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 소크라테스는 인생의 이유는 정의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유일하게 정의가 무엇인지를 알고 행하기 위해서는 철학이 필요하다고 믿었다. 이는 신과의 계약이며, 영혼을 아름답고 조화롭게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믿었던 사람이니, 소크라테스가 철학을 포기하고 도피를 하면 아테네와의 계약을 지키더라도, 신과의 계약을 어기는 행위가 되니 죽음을 택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으리라는 것이다.
-출처 나무위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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